나는 소위 말해 대기업에 퇴사 후 블로그를 하고 있다. 회사에 다닐 당시 다들 ‘그만둔다’를 입에 달고 살았지만 그 누구도 그만두지 못했다. 왜냐하면 돈의 노예가 되었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 중 하나였다. 회사에 종속적인 삶이 너무 싫었고 자유롭고 내가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 싶었다. 하지만 나 또한 월급의 노예가 되어 몇 년을 계속 억지로 억지로 회사를 다녔다.
그러다 어떠한 계기가 생겨 드디어 내가 원하는 퇴사를 하게 되었다. 동료들은 많은 연봉을 포기하고 그만두는 나를 상당히 궁금해 하였다. 본인들이 직접 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던 퇴사를 나 같은 흙수저가 했으니 궁금할 수 밖에.
도대체 회사 밖의 삶은 어떨지 궁금했으리라. 하지만 난 쉽게 알려주지 않을거다. 나 또한 엄청난 기회비용과 희생, 사회적 지위를 포기하고 경험한 것이니까. 아마 내가 말해도 와 닿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궁금하면 이 글을 읽어 보던가.ㅋ
여튼, 난 그렇게 지금 9개월 째 백수생활을 이어가고 있고 현재는 전업 블로그로 활동 중이다.
솔직히 말해서 퇴사 후 생활은 마냥 즐겁지 만은 않다. 재직 중에 얻은 휴가는 정말 달콤하지만 매일매일 휴가가 되니 항상 재미 있는 건 아니다. 무엇보다 경제적 자유를 이루고 나서 퇴사한 것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것을 찾으러 퇴사했기 때문에 한편으론 막막하고 걱정된다.
처음엔 당장 수입이 없으니 너무 두렵고 잠도 못 잤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시 회사를 돌아갈 생각을 하진 않았다. 솔직히 조금 유혹이 있었다. 계속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오고, 돈도 너무너무 아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다시 그 지옥같은 회사 생활을 겪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한 선택을 실패로 끝내긴 싫었다. 어쨌든 퇴사를 선택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나왔기 때문에, 나는 내가 성공 하기 전까진 다시 회사 사람들을 만나지 않을 것이다. 나의 얄팍한 자존심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지금은 블로그를 오전 오후에 하고 그 외의 시간엔 육아에 전념하고 있다. 블로그에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쏟진 못해 진전이 느리긴 하지만 그래도 성장하고 있다. 육아 또한 이전에 회사 다녔을 때 보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시야가 생겼다.
그동안 내가 참 육아에 무지했구나 싶었다. 지금이라도 아이에 관심을 갖고 육아에 대한 방향성을 고민할 수 있게 되어 감사하다.
블로글는 최근에 조금씩 성장세가 보이기 시작했다. 알다시피 워드프레스는 6개월 간은 아예 수익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9개월 차인 지금 조금씩 수익이 나기 시작해서 희망이 보인다. 아직 부모님께 밥 사 드릴 여유는 없지만 꼭 블로그로 성공해서 다시 자랑스러운 딸이 되고 싶다.
나를 지지해주고 버티게 해 주는 남편에게도 고맙다. 남편 덕분에 먹고 살 수 있다. 물론 내가 재직 중 벌여 놓은 투자 때문에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는 상황이지만 조만간 나도 빛을 발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야 한다. 실패 없는 선택이 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사실 요새 매일 글만 쓰고 육아만 하니 권태가 온 듯 하다. 글감도 안 떠오르고 글도 잘 안 써진다. 하지만 블로그라는 나만의 비밀 공간에서, 익명이라는 이름으로 나의 속마음을 털어놔 본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에게 감사하며, 다음에 더 발전된 모습으로 후기를 남기도록 하겠다.